“치매는 더 이상 가족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영광군이 추진해오던 치매전담 공립요양원 건립 사업이 유보되었다는 소식은 지역 사회에 깊은 아쉬움을 안기고 있다. 치매 환자와 그 가족에게는 이번 결정이 돌봄의 부담을 다시 가족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해당 사업은 지난 2021년, 영광군이 치매 국가책임제의 일환으로 발표한 계획에서 시작됐다.
당시 군은 가족구조의 변화와 고령 인구 증가를 배경으로 장기 요양 시설 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5차례에 걸쳐 공식 보도자료를 내며 사업 추진 의지를 밝혔고, 주민의 기대 또한 높아졌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설계 지연과 자재비 상승, 그리고 부지 확보 과정에서의 일부 주민 반대 등으로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당초 62억 원이던 총 사업비는 117억 원까지 증가했고, 영광군의 자체 부담금도 21억 원에서 66억 원으로 세 배 이상 늘어났다. 설계에만 2년 이상이 소요되며 이미 3억5천만 원의 예산이 집행된 상황에서, 보건복지부는 국비 반납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영광군은 지난 6월 23일 군정조정위원회에서 사업 유보 결정을 공식화했다.
회의에 참석한 군청 간부들은 “민간에서도 충분히 감당 가능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이것은 “민간이 있으면 공공이 빠져도 된다”는 논리로, 공공의 역할을 민간에 넘기는 책임 회피로 비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한 가지 물어야 한다. 이 모든 상황을 불러온 원인은 무엇인가?
비용 상승과 주민 반대는 전국 어디에서든 흔한 문제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지적돼야 할 것은 행정의 느린 움직임과 미흡한 대응이다. 시간이 더디게 흘렀고, 사전 조율은 부족했다. 그 결과, 환자와 가족, 그리고 지역 사회가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다시 강조하지만, 치매는 단순히 개인이나 가족이 책임져야 할 문제가 아니다. 지역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돌봐야 할 ‘사회적 질병’이다. 영광군 역시 초기에는 이 점을 강조했지만, 결국 ‘비용’과 ‘민간 대체 가능성’을 이유로 후퇴했다.
행정이 조금만 더 신속히 움직였더라면, 치매 전담 요양원은 이미 첫 삽을 떴을지도 모른다. 그 기회를 놓친 지금, 유보된 사업의 빈자리는 오롯이 지역 사회의 숙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