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영광의 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한빛원전 건설로 붐비던 1980~90년대의 영광을 기억하는 주민들에게 정부의 ‘RE100 국가산단’ 정책은 오랜만에 들려온 청신호일 것이다.
지난 15일, 영광군은 정부가 발표한 ‘RE100 산업단지 조성 추진 정책’에 대해 “적극 환영” 입장을 밝혔다.
정부의 이번 정책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서남해안 지역에 첨단기업을 집적시키는 새로운 산업지도를 그리고 있다. 핵심은 ‘RE100’,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을 100% 재생 에너지로 충당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다. 이는 단순한 산업단지 조성을 넘어, 수도권 중심의 에너지 수급구조를 지역 분산형으로 전환하겠다는 큰 그림의 일환이다.
영광군은 이 구조적 전환에서 ‘최적지’임을 강조한다.
영광군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군은 이미 지역 RE100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을 마무리 단계에 두고 있으며, 4곳의 후보지를 선정해 놓은 상태다.
영광은 RE100 산업단지 조성의 핵심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약 10GW 규모의 해상풍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고, 이미 4GW 규모의 민간 발전사업이 추진 중이다. 더불어 6GW급 한빛원전은 재생 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며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뒷받침한다. 기존 송배전망도 잘 갖춰져 있어 추가 인프라 비용이 적다는 점도 경쟁력이다.
장세일 군수는 “RE100 산업단지는 탄소 중립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국가 목표를 앞당길 수 있는 획기적인 전환점”이라며 “영광군도 RE100 산업단지 조성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RE100 산단 유치는 단순한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을 넘어,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한빛원전 건설 당시 영광군의 인구는 약 10만 명에 달했지만, 이후 완공되면서 인구는 급감했다. 농어업 중심의 경제 구조는 젊은층 유입을 막았고, 결국 영광은 ‘지방소멸 위기 지역’으로 분류되기에 이르렀다.
영광군은 재생 에너지 기반의 기본소득 정책을 준비하며 인구 증가의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점도 존재한다. 결국, 제조업 기반의 기업 유입 없이는 인구 증가도, 경제 회복도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고려해야 한다. RE100 국가산단이 영광에 들어선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기업 입주가 본격화되면 신규 일자리 창출과 청년 유입으로 이어지고, 이는 한빛원전 건설 당시보다 더 높은 인구 증가율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본다.
그렇기에 영광군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해야 한다.
산업단지를 둘러싼 지자체들의 경쟁은 이미 시작된 상황이다.
영광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현실에 기반한 데이터, 인프라, 그리고 강력한 실행 의지다. 영광군은 RE100 국가산단 유치가 영광의 제2의 도약이라는 신념으로 모든 행정 수단을 동원하여 이루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