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이자 중앙종회의원인 취암당 만당 스님(법랍 33년, 세수 61세)이 4일, 영광군 불갑사에서 입적했다.
만당 스님의 입적은 신도들과 함께 예정되어 있던 티베트 성지순례 당일 아침 갑작스럽게 전해졌다. 중앙종회의원 선광 스님은 언론에 “성지순례에 함께 가기로 한 날이었는데 스님이 나타나지 않아 방에 들어가 보니 심정지 상태였던 것으로 들었다”고 했다.
만당 스님은 2001년부터 불갑사 주지를 맡아 천년 고찰의 위상을 되살리고, 지역의 대표 명소인 꽃무릇 군락지를 조성해 상사화 축제를 전국적 문화행사로 키워냈다. 또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과 사찰음식 보급을 통해 불교문화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선도해 왔다.
스님은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후 1992년 은사 지종 스님을 따라 출가해 사미계를 수계했다. 이후 조계종 총무원 기획국장, 종교평화위원회 위원장, 중앙종회의원(15·16·18대), 중앙종회 부의장(17대), 중앙종회 불교광장 대표회장 등 종단의 주요 소임을 두루 역임했다. 2024년 2월에는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으로 임명됐다.
영결식은 7일 오전 영광 불갑사에서 조계종 중앙종회장 주관으로 엄수됐다.
이날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중앙종회의장 주경 스님, 백양사 주지 무공 스님을 비롯해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불교계 인사, 지역 주민 등 50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장세일 영광군수는 자신의 SNS에 “스님께서는 평생을 한국불교의 발전과 전통문화 계승에 헌신하셨으며, 지역민과 소통하며 자비와 화합의 정신을 실천하셨다”며 “스님의 미소와 말씀은 영광의 산과 들, 마을에 깊이 새겨져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이라고 글을 남겼다.
김영록 전라남도지사는 조사(弔辭)에서 “만당 종사의 삶은 꺼지지 않는 등불 같은 정진이었고, 중생을 위한 보살행이었다”며 “전남도는 종사님의 원력인 구층목탑 건립과 불교문화 성지 조성을 더욱 장엄히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만당 스님은 종단 내 입법·행정 분야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불교를 보다 넓은 대중에게 알리는 데 집중해 왔다. 특히 템플스테이와 사찰음식이라는 문화를 통해 불교를 일상 속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앞장섰다.
스님의 입적 소식은 불교계뿐 아니라 지역사회에도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스님의 발자취는 불갑사의 전각뿐 아니라 영광 지역의 문화유산, 그리고 스님을 기억하는 이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