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군의회에 기적 같은 경사가 겹쳤다”
지난 16일 영광군의회에서 배포한 공식 보도자료의 첫 문장이다.
임영민 의원과 장영진 의원의 외손녀와 외손자가 같은 날 태어났다는 내용이었다.
제목도 “ ‘영광군의회 임영민·장영진 의원, 같은 날 외손녀·외손자 탄생으로 겹경사’라는 표현으로 시작됐다.
물론 새 생명의 탄생은 언제나 축하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이 발표가 ‘군의회 공식 보도자료’였다는 점이다. 군의회 홍보팀이 의원 개인의 사생활을 공적 문서로 알리고, 이를 언론에 배포한 행위가 과연 적절했을까.
더욱이 보도자료는 손자녀의 출생을 ‘탄생’이라 표현했다. ‘탄생’은 국어사전에 ‘귀한 사람이나 높은 사람의 태어남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군의회 홍보자료에서 이런 표현을 사용한 것은 자칫 의원 개인을 우러러보는 듯한 뉘앙스를 줄 수 있다.
이쯤 되면 묻고 싶다. 영광군의회 홍보팀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군민을 위한 공적 소식을 알리는 것이 본래의 임무란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의원들의 개인사를 치켜세우기 위해 세금으로 운영되는 홍보 채널을 사용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이번 보도자료가 의회 공무원들의 과잉 충성의 결과였는지, 혹은 의원들의 무언의 압박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아니 알 필요도 없다. 그러나 공적 기관이 사적 영역을 대신 홍보하는 듯한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군의회는 군민의 신뢰 위에 세워진 공적 기관이지, 개인의 경사를 홍보하는 사설 창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군민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의원들의 외손주 출생 소식이 아니다. 군의회가 무엇을 결정하고, 어떤 활동을 통해 지역을 변화시키고 있는가에 더 관심이 있다.
개인적 경사를 알리고 싶다면, 의원 개인이 SNS 등을 통해 전달하면 될 일이다. 굳이 군의회 명의로 보도자료까지 낼 필요가 있었을까. 이번 일은 군의회가 공과 사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너무도 당연한 원칙을 다시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