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이상고온과 잦은 강우로 인해 전국에서 발생한 ‘벼 깨씨무늬병’을 농업재해로 공식 인정했다. 이에 따라 피해 농가에 대한 조사와 함께 재정 지원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14일, 농업재해대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해당 병해를 농업재해로 규정하고, 피해조사 및 재해 복구 지원에 착수한다고 14일 밝혔다.
벼 깨씨무늬병은 초기에는 벼 잎에 깨 모양의 암갈색 반점이 나타나고, 병이 심화되면 벼알에도 반점이 생기며 품질 저하를 유발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으로 전남에 약 1만 3천 헥타르에 이 병해가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는 농촌진흥청과 함께 이상기후와 병해 발생 간의 인과관계를 분석했으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농업재해로 인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미 수확을 마친 농가도 지원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RPC(미곡종합처리장) 수매실적 등을 반영해 피해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피해 농가를 대상으로 농약 및 대파 비용, 생계지원 등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또한, 경영자금의 상환 유예 및 금리 감면 조치, 필요 시 연 1.8% 금리의 재해대책경영자금 융자도 제공된다.
이번 결정에 대해 지역 농민 단체와 일부 정당은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진보당 영광군위원회는 같은 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정부의 농업재해 인정을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결정으로 본다”며 “벼 깨씨무늬병 확산의 원인이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후임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진보당은 “이번 조치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며 실질적인 복구 대책을 촉구했다. 특히 피해벼에 대한 ‘전량수매’가 매년 반복되는 선언에 그치고 있다며, 현실적인 수매가 보장과 제도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작년 벼멸구 피해 당시에도 피해벼 수매 신청량 중 18%만 수매된 사례를 언급하면서 수매가격을 공공비축미의 90% 수준으로 현실화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농가가 실제로 체감하는 피해는 수확량 감소가 아니라 ‘등숙률’ 저하에 따른 품질 문제라며, 조사 방식의 개선과 조사 주체 확대 필요성도 제기했다. 마을 이장을 피해조사 주체로 포함하자는 제안도 함께 나왔다.
진보당은 “작년 벼멸구 피해에 이어 올해의 깨씨무늬병은 기후위기의 경고”라며 “관행적 대책에서 벗어나,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새로운 농정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