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영광군이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 한 장이 한바탕 소란을 일으켰다.
‘백수해안 관광경관 명소화 사업’이 정부 심사를 최종 통과했다는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는 언론에 빠르게 확산했다. 그러나 문제는 ‘최종 통과’라는 표현이 시기상조였다는 점이다.
영광군은 해당 사업에 대해 “총 401억 원의 사업비를 확보했고, 기획재정부 심사를 최종 통과했다”고 명시했다. 사업내용은 백수해안도로를 중심으로 경관 인프라 확충, 노을 전시관 리모델링, 미디어파사드 설치, 칠산타워~목도 간 미디어 라이트 연출 등을 아우르며 관광객 유치와 체류형 관광지 조성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타이밍’이었다. 전해진 바에 따르면, 기재부는 내부 적격성 심사만을 마쳤을 뿐, 가장 중요한 보조금 심의 절차는 아직 남아 있는 상태였다. 다시 말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정부 예산 배정은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기재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곧바로 전라남도 측에 입장을 전달했고, 영광군은 부랴부랴 언론사들에 이메일을 보내 “보도자료를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미 일부 언론이 원문 그대로 기사를 송고한 뒤였다. 결국, 영광군은 다시 정정보도 요청과 함께 두 번째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상황까지 몰렸다.
이러한 해프닝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몇 달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전라남도가 주도하던 ‘기본소득 시범도시’ 지정 발표를 앞두고, 영광군이 서둘러 관련 내용을 보도자료에 언급했다. 도는 예상치 못한 노출에 불쾌함을 드러냈고, 결국 군은 침묵 모드에 들어갔다.
이번 ‘백수해안 관광경관 명소화 사업’ 보도자료는 예산 관련 사안이다. 전체 사업비 중 50%가 국비, 나머지는 도비 15%, 군비 35%로 구성돼 있다. 이처럼 중앙 정부와의 긴밀한 조율이 필요한 사안에서 ‘선(先) 보도’는 자칫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백수 해안은 지난 3월, 전남도가 2010년 함평 사포 관광지 지정 이후 15년 만에 신규 관광지로 지정한 전략 지역이다. 영광군 입장에서는 반가운 기회이고, 중앙정부 예산 확보를 위한 군의 발 빠른 대응도 이해는 된다.
다만, 행정은 타이밍과 절차, 그리고 메시지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작은 섣부름이 신뢰를 잃게 하고, 한 번의 오보가 그동안의 예산 협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도 있다.
영광군의 적극 행정은 환영할 일이지만, 중앙 정부나 광역자치단체와의 협업이 필요한 사안일수록 신중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고 본다. 행정 숙의 과정이 홍보보다 앞서야지, 그 반대가 되어선 곤란하다.
영광군 공무원들의 열정을 폄훼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지역 발전을 위한 의욕적인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그 열정이 절차를 넘어서지 않도록, 조율과 소통의 리듬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