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군의회(의장 김강헌)는 20일 영광군의회 본회의장에서 대마중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제3회 청소년 의회교실’을 개최했다. /사진=영광군의회 제공


지난 5월 20일 영광군의회 본회의장.

평소라면 군의원들이 군정 현안을 논의할 이 공간이, 이날만큼은 학생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가득 찼다. 의사봉을 잡은 이도, 자유발언을 외치는 이도, 심지어 조례안을 발의하는 이들조차 모두 학생이었다.

영광군의회가 운영하는 ‘청소년 의회교실’이 올해 세 번째 시간을 맞아 대마중학교 1학년 재학생들을 초청했다. 학생들은 본회의장을 무대로 지역 문제를 고민하고 정책을 제안하며, 실제 의정 과정을 체험했다. '학생 의원들'은 짧은 시간 동안 누구보다 진지하고 당당했다. 이들의 발언은 단순한 모의체험을 넘어, 지금 이 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와 미래에 대한 기대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학교 앞엔 신호등 하나 없다”…작은 학교의 절실한 안전 요구

“저희는 작은 학교지만, 한 명 한 명의 안전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입니다.”

이날 첫 자유발언자로 나선 이민석 학생은 학교 앞 통학로 안전 문제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그는 자신의 학교인 대마중학교에는 인도도, 신호등도 없는 좁은 도로가 학생들의 유일한 통학로라며, ▲신호등 설치 ▲보행자 구역 확보 ▲등하교 시간대 차량 속도 제한 등을 제안했다.

이민석 학생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때때로 마을버스를 타고 오거나 마을 어르신 댁을 찾아갈 때마다 위험을 느낀다"고 말했다. 발언이 끝난 뒤 본회의장에는 조용한 박수가 흘렀다. 단순히 감동을 넘어, 이 작은 목소리가 현실을 움직일 수 있기를 바라는 공감의 표시였다.

전통시장에 생기를 불어넣을 청소년의 힘

두 번째 자유발언자 유승우 학생은 지역경제 문제에 주목했다. 그는 "청소년도 지역 전통시장을 살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며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안했다.

▲청소년 홍보단 구성, ▲장보기 체험 프로그램 운영, ▲시장 내 동아리 공연과 플리마켓 운영 등, 모두가 실현 가능하고 실질적인 아이디어였다. 유 학생은 “우리는 소비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역사회를 지켜가는 구성원”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제안은 단지 ‘좋은 생각’에 그치지 않았다. SNS 홍보와 영상 콘텐츠 제작 등 MZ세대의 강점을 활용한 구상은 지역사회를 움직일 실제 대안으로 들렸다.

“플라스틱 프리 영광 만들자”...환경 보호는 우리의 일

세 번째 자유발언자로 나선 우시온 학생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캠페인을 제안했다. 그는 바다 거북이가 비닐봉지를 먹고 생명을 잃는 영상을 언급하며, “그 미안함과 책임감이 제 안에 깊이 남았다”고 털어놓았다.

우 학생은 ▲학교-마을 연계 플라스틱 줄이기 주간 운영 ▲환경 동아리 및 SNS 챌린지 확대 ▲지역 상점과 연계한 ‘플라스틱 프리 존’ 지정 등을 제안하며, “청소년들도 환경 보호의 주체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 간 격차 해소 위한 첫걸음, ‘작은 학교 연합 교류활동 지원 활성화 조례안’ 통과

학생들은 단지 문제를 제기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김현수 학생이 대표 발의한 「영광군 면 지역 작은 학교 간 연합 교류활동 지원 활성화 조례안」이 실제 조례안 형태로 상정됐다.

조례안은 면 지역의 소규모 학교들이 ▲동아리 활동 ▲진로 탐색 ▲문화 행사 등을 공동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담은 내용을 골자로 한다.

반대토론에 나선 이상은 학생은 교사들의 업무 부담과 운영의 현실적 한계를 지적했다. “좋은 취지지만 현실에 맞는 실행 전략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고 말해, 토론의 질을 한층 높였다.

이에 대해 찬성토론을 맡은 최은율 학생은 “다양한 친구들과 어울리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작은 학교가 가진 한계를 지역 간 연대로 극복하자”고 강조했다.

최종 표결 결과, 총 8명의 학생 의원 중 7명이 찬성해 조례안은 통과됐다.

“작은 시작이 지역의 미래로 이어지길”

청소년 의회교실을 마무리하며, 이날 의장 역할을 맡았던 이청현 학생은 “이번 체험이 지역과 사회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광군의회 김강헌 의장은 환영사에서 “청소년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 내고, 지방자치의 현장을 체험하는 오늘의 경험이 미래의 자산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프로그램 운영을 약속했다.

이날 본회의장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그 어떤 정치인의 말보다 생생했고, 지역의 미래에 대한 현실적인 시선을 담고 있었다. 영광의 미래는 이미 ‘작은 의원들’ 속에서 자라고 있었다.